생전 고 정몽헌회장의 슬픈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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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2003/07/01자 인터뷰 중


“개성고도 500만평, 그리고 공업단지 800만평, 신도시 700만평, 총 2천만평에 이르는 지역을 50년간 특별구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이 2천만평이 개발되는 8년후면 입주기업이 2,000업체, 장래인구가 45만명, 고용인구가 25만명, 연간 150억불의 매출이 보장될 것입니다.”

남북화해의 꿈을 꾸준히 실현시켜온 정몽헌회장, 너무도 기뻐해야 할 이 순간이건만 그의 얼굴에는 시달린 세파의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우리나라의 문제가 무엇입니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동분쟁, 남북긴장 이 두 가지로 요약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금강산사업을 하고있는 5년 동안 아무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30년간의 외국인 투자액보다 이 5년 동안의 투자액이 더 많습니다. 자꾸 남북경협을 이야기하면 남쪽사람들은 일방적인 퍼주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것입니다. 우리가 북측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또한 북측으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자신의 문제를 타개하는 출로로서 호상적 보완의 협력을 하는 것이지요. 노동력이 사회보험료 30%를 포함해서 65불선입니다. 월기준임금이 50불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도 경쟁력있는 최저수준입니다. 그리고 기업소득세가 14%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28%, 홍콩이 16%, 심천이 15%인 것과 비교해서 최저수준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에는 사유지가 없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플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남한에서는 공사비보다는 보상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지요.”

―그렇다고 우리나라에도 마산·창원 등 많은 공단이 비어있는 실정인데 과연 개성공단이 물리적 조건만을 갖춘다고 해서 생각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될까요?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진출한 중소제조업체가 8,000여개나 됩니다. 일본도 64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플랜트가 외국으로 빠져나갔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도 200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노동시장의 변화가 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제는 슬슬 중국을 떠날 차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중국내륙이나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옮길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죠. 무엇때문에 우리투자자들이 풍토, 습관, 언어가 다른 곳에서 그렇게 고생을 해야만 합니까? 컨테이너 한 박스에 인천에서 청도까지 600불, 부자재를 나르고 제품을 가져오고 하는데 왔다갔다 1,200불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런 물류사정은 점점 악화될 뿐이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집약적인 가공업공장을 외국에 뺏기다 보면 결국 우리나라의 소재산업도 다 빼앗기고 만다는 것입니다. 결국 산업공동화가 근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죠. 개성공단은 이러한 우리사회의 산업공동화를 막고, 조선반도내에 동북아 물류중심지를 만들며, 남북경제협력의 거점을 개발함으로써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계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남북이 긴장관계를 벗어날 수 있는 첩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동포를 도와줌으로써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북핵문제의 선결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바로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서 뭔 소득이 있겠습니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현 북한체제의 보장입니다. 그러나 선포기·선인정의 끝없는 술레잡기는 의미없는 말장난입니다. 결국은 핵포기와 동시에 체제인정이 이루어지는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해결방식에 있어서 미국내에 있어서도 국방부와 국무부의 견해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파월 국무장관은 절대 북한이 핵무기를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그것은 일본이나 남한이나 대만에게 핵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명분을 줄 뿐이며, 한반도의 긴장의 고조는 궁극적으로 아무에게도 실리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합리적 사고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중국의 지도부가 바로 이러한 입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위시한 매파들은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소지하는 것을 용인하고 수출만 못하게 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그것을 빌미삼아 MD를 구축하고 중국을 고립시키자는 것이죠. 우리는 파월과 중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로부터 결국 가장 크게 피해를 볼 사람은 우리 남한입니다. 따라서 남한을 도외시한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안일한 태도가 미국 매파만 도와주고 4조 9천억원의 국방비 증가만 초래했습니다. 우리가 참여도 못하고 경제적 부담만 떠안는 그런 바보짓은 더이상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남북경협은 핵문제와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하는 우리민족 공생의 당위입니다.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경협이 이루어진다는 사고는 안일무사주의적인 나태를 의미할 뿐입니다. 주변여건이 나쁠때 일수록 오히려 우리는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기회는 타이밍입니다. 핵문제해결 운운하면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모든 타이밍은 사라질 뿐이죠.”

―북한당국은 남북경협사업을 정말 진지하고 성실한 열의를 가지고 추진하려하고 있습니까?

“제가 김정일위원장을 만났을 때 누가 새로 지정한 특구의 70∼80%가 논밭이므로, 공단부지로 되기 위해서는 지목변경을 해야할텐데 괜찮겠습니까하고 물으니까 금방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개성공단 잘되서 쌀을 사먹으면 되지 하구요. 이것은 북한지도부의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언급입니다. 즉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인민의 삶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부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주의체제가 매우 비효율적이며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병폐는 거저 놀고 먹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김위원장이 항상 말해요.

그리고 김위원장은 새로 개발되는 개성공단은 미국의 도시계획이나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서슴치 않고 배우겠다고 공언해요. 주체사상의 창조성도 좋으나 타인으로부터 좋은 것을 배우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유럽의 장·단점을 이미 안 후에 개발한 시스템임으로 훌륭한 점이 많을 것이다라고 아주 미국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얘기해요. 아참 그리고 이런말을 하더군요. 미국이 강국이 된 것은 결국 사람정책을 잘 썼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정책이란 이민정책을 말하는 것이죠. 외국이민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했으며 그들이 미국땅에서 흘리는 땀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보람을 주었다. 그래서 예술가, 과학자, 스포츠맨이 몰려든 것이다. 그리고 또 말하더군요. 북한은 자본주의의 경험이 부족하다.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남한기업가들에게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남한기업가들은 북한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 효율적인 첩경을 잘 지도해주어야 한다고 말에요.”

―북한은 언제부터 왜 그렇게 시급한 의식을 갖게 되었을까요?

“김정일위원장이 긴박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역시 2000년도에 상해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충격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지도부사람들이, 심천이 홍콩이라는 대도시를 끼었기 때문에 발전한 것처럼, 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울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김위원장에게 귀뜸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현대아산은 해주까지는 생각을 했어도 고려 500년의 수도 개성을 내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적의 특구가 확보된 셈이죠. 개성은 서울서 한시간밖에 안걸려요. 경기도 이천 정도의 거리밖에는 안되요. 어떤 때는 서울 강북에서 강남다녀오는 것보다 더 수월할 수도 있어요. 그것은 서울의 한 익스텐션에 불과한 셈이죠. 생각해보세요.

북한이 일년에 모자라는 쌀이 200∼300만톤인데 이게 5억불정도에요. 그런데 개성공단에서 150억불의 생산까지 기대안해도 우선 50억불만 생산한다해도 식량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죠. 빌어먹지 않고 당당히 살 수 있는데 왜 그런 길을 택하지 않겠어요? 개성공단이 가동이 되면 이미 북한사회는 되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역사의 진로에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군비를 축소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발판이 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우리민족의 평화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어요. 정회장 당신은 바보같은 장사만 하고 있다. 장사꾼이 당장 돈벌리는 일은 않고 의리믿고 투자만 하고 있다. 그러다 망하면 어떻헐꺼냐?

“글쎄요. 저는 본시 바보같은 사람인가봐요. 그러나 이 세상에 의리처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사는 결국 신용입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내가 북한을 믿고 거래를 시작했다고 한다면 나는 신용을 끝까지 지켜야하고 북한 또한 끝까지 신용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남한사람들은 북한사람들을 너무 이해못해요. 북한사람들은 자기가 한 말은 꼭 지킵니다. 그들은 신용을 생명처럼 중요하게 생각해요. 닳아빠진 사람들이 아니에요. 나는 바보같이 의리믿고 장사를 할 겁니다. 저는 결국 장사꾼입니다. 1년에 버느냐, 2년에 버느냐, 10년에 버느냐? 결국 이런 문제일 뿐이죠. 우리 아버지는 미포만 항공 흑백사진 하나만 달랑들고 영국 버클리은행에 가서 대출받는데 성공했고 결국 미포만 현대중공업의 신화를 일으켰어요. 당시로서는 너무도 황당한 이야기였죠. 지금 저의 스토리는 그것보다는 훨씬 덜 황당해요. 더 구체적인 비젼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족공영의 길이라는 사명감이 끊임없이 솟구쳐요. 저는 저의 사업으로부터 이러한 사명감을 얻을 수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합니다. 우리 아버지도 비젼의 사나이였어요. 아들인 내가 새로운 비젼이 없이 어떻게 새역사의 길을 열 수 있겠습니까?”

이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사실 나는 이날 그에게 매우 집요하게 ‘150억원’에 관한 질문공세를 폈다. 그는 끝까지 고개를 떨구며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기자로서 공개할만한 어떤 신통한 멧세지도 그로부터 얻어내지 못했다. 나 도올은 이제 정말 기자로서 부적합한 인물인가보다. 솔직히 말해서 정회장 그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색하고 비통한 침묵과 미소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웅변해 주고 있었던 것 같았다: “모든 것을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만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국민여러분께 심려끼쳐드린 것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보다 신중하고, 절차에 따라, 그리고 투명하게 일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지나친 집념으로 우리를 자해하고 민족역사의 기회를 유실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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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긍정적 미래를 위해 헌신했던 이에게 큰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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